훌륭한 부모의 역할
줄리아에게는 다른 방책이 있었습니다. 줄리아가 어릴 때 가족은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전학도 여러 차례 하였고, 그 바람에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였습니다. 그때 줄리아는 엄마에게만 매달렸습니다. 엄마를 늘 따라다녔습니다. 함께 긴 시간 동안 산책을 하였고 차를 마시러 함께 나가기도 하였습니다.
엄마 역시 말 한 마디 따뜻하게 붙일 사람이 없는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외로웠던 터라 딸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습니다. 엄마는 어린 줄리아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 낯선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생활을 하느라 아쉽게 놓쳐버리고 만 것과 앞으로 기대하는 것도 모두 말하였습니다.
줄리아는 엄마가 이렇게 자기에게 마음을 열 때면 특권을 누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당시 아직 어린 소녀였지만 어른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특별한 영역에 들어가도 좋다는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줄리아는 어머니와는 전혀 다르게 살았습니다. 많은 점에서 어머니보다는 훨씬 쉬운 세상을 살았습니다. 줄리아는 피상적인 것에 터무니없이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예를 들면 손님 방에 걸어둘 적당한 수건을 고르려고 매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었고, 유명 인사들과 관련된 소문을 수집하고 수다를 떠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줄리아는 엄마의 행동을 모방하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가 하였던 특별한 경험을 해럴드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주었습니다. 줄리아는 어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특권을 아들에게 주고는 하였던 것 입니다.
바로 그날 저녁, 줄리아는 해럴드가 이상하게도 외로워 보였습니다. 외부의 자극과 내면의 충동에 낮서서 힘겹게 투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줄리아는 본능적으로 아들을 끌어당겨 자기 삶의 내면을 살짝 보여주었습니다.
엄마는 아들에게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들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 일이었습니다. 그 여행의 리듬이 어땠는지 이야기하였습니다. 애팔래치아 산맥이 어떻게 평원으로 이어지는지 이야기하였고, 로키 산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멀리 산맥이 보이고 그 산맥을 바라보면서 자동차로 달리는 것이 어떠한 기분인지 잘 이해하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무리 몇 시간씩 달려도, 가까이 다가간 만큼 산맥이 뒤로 물러나는 듯 조금도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던 그 느낌이 어떤지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따라서 줄지어 서 있던 캐딜락 행렬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줄리아가 이야기를 할 때 해럴드는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하는 이야기에 완전히 사로잡혔습니다. 엄맘는 이들을 존경심으로 대하였고, 아들을 가장 신비로운 영역으로 안내하였습니다. 자기 삶의 숨겨져 있던 부분이었고,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아들의 시간대는 미묘하게 확장되었습니다. 아들은 엄마의 소녀 시절과 어른이 되어가던 시절, 자기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여기까지 온 과정 그리고 장차 하게 될 모험에 대해서 묘한 암시를 받았습니다.
줄리아는 부엌 조리대를 정리하고 탁자에 쌓인 온갖 청구서를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해럴드는 엄마 쪽으로 고개를 들이민 채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걷고 나서 목이 말라 엄마에게 물을 받아먹는 아이처럼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며 엄마에게 기댔습니다.
이미 그때쯤 해럴드는 제법 많이 성장하여 자신을 다잡는 데 엄마를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무리 사소한 대화를 하더라도 그 대화를 통하여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줄리아는 해럴드를 보았습니다. 해럴드가 연필을 입에 물고 흔들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때면 자동으로 나타나는 버릇이었습니다. 갑자기 아들의 표정이 한층 밝고 행복하고 침착해졌습니다.
줄리아는 평온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아들에게 은연중에 잘 일깨워주었습니다. 혼자서는 알 수 없는 깊고 넓은 대화의 맛을 보여준 것 입니다.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해도 하지 않던 숙제를 해럴드는 금방 끝냈습니다.
물론 그것이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이 확인한 사실 중에 뛰어난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항목이 있습니다. 굳이 엄청난 교사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낱말카드나 스티커 따위를 이용하여 훌륭하게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러한 부모님들이 갖추고 있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너그럽고 착하다는 점 입니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된 리듬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애정과 엄격함을 조화롭게 결합해야만 합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던지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얼른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마음 속에 실행할 수 있는 모델을 설정하고 그 모델을 따라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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