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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러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슈가메트누누 2022. 11. 15. 20:08

슬러지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밀크셰이크보다는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수의 2.4퍼센트는 고체입니다. 밀크셰이크에 가깝다고 생각이 듭니다. 걸쭉합니다. 커피에도 약간의 가루가 들어 있습니다. 커피와 가장 비슷하다고 봐야되겠습니다. 슬러지 안에는 미생물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 미생물들은 슬러지를 깨끗하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밀크셰이크를 케이크로

하수도 학교에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버밍엄 근방에 위치한 바스톤 하수처리장의 주차장 구역에 이동식 건물로 지은 학교였습니다. 영국의 수도 회사 중 하나인 세번 트렌트가 운영하는 이 하수도 학교는 교실이 다섯 개였고, 나는 그중 한 곳에서 초등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세번 트렌트는 대중에게 자신들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훌륭한 투자로 여깁니다.

슬러지를-바라보는-두개의-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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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순환 원리를 비롯하여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가지 환경 보호법을 간단히 배운 다음에 (어린이 여러분, 세차할 때에는 호스를 사용하면 1분에 약 8.9리터의 물이 낭비가 되므로 양동이를 사용하면 물이 절약이 됩니다. ), 장화를 신고서 견학 준비를 하였습니다. 

 

바스톤 하수처리장은 1912년에 설립된 후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도 현대의 하수 처리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었습니다. 우선 하수도에서 들어오는 흑갈색의 유입수를 지면에 난 관측 구멍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유입수가 스크리닝 쇠망을 통과하면서 크기가 큰 이물질이 걸러지면, 압축기가 그 이물질들을 분쇄합니다. 속도가 무척 느려서 얼핏 보면 작동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분쇄기는 천 조각과 불펜 뚜껑, 그리고 수천 개의 옥수수 알갱이를 아주 천천히 뱉어냈습니다.

그러자 새들이 날아와 마치 진흙 속 보석처럼 보이는 노란 옥수수 낱알들을 쪼아 먹었습니다. 

 

걸러진 하수는 첫 번째 탱크를 향하였습니다. 하수처리장마다 처리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 하수처리장 직원은 세상에 1천개의 하수 처리장이 있다면 공정 방식은 999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기본 원리는 비슷합니다.

우선 오수로부터 고체 물질을 여과한 후 가라앉힙니다. 이것이 1차 처리입니다. 2차 처리 때에는 그 오수에 산소를 주입하여 물속에 남아 있는 유기 물질을 미생물이 분해하도록 합니다. 

3차 처리는 모래 여과나 자외선 살균과 같은 추가 정화 공정입니다. 하수도 학교의 선생님은 우리에게 침전 탱크를 보여주면서, 위에 뜬 거품은 물에 가라앉지 않는 기름이며 무거운 고체는 이미 바닥에 가라앉았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가 초등학생들에게 "어른이 갖고 노는 풍선" 이라고 속삭인 콘덤도 수면 가까이에 떠 있었습니다. 

바스톤 처리장에서 2차 처리에 사용하는 도구는 옛날 방식의 미생물 베드인데, 이는 겉면을 미생물로 처리한 코크스와 석회석, 또는 특수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커다란 원형 탱크에 담아놓은 것 입니다. 

미생물 베드의 날개가 계속 돌아가면서 하수와 미생물이 섞입니다. 미생물 베드는 악취 때문에 요즘에는 사용하는 곳이 줄어드는 추세 입니다.

미생물 베드 대신에 근래 많이들 사용하는 방식은 폭기 장치입니다. 폭기 방식은 미생물에 보다 신속하게 빠르게 산소를 고 급해줍니다. 

이 방식을 도입한 하수처리장에 가보면 폭기조 라인에 탱크가 길에 늘어서 있고 탱크 안 흑갈색 유입수에는 산소 거품이 바글거립니다. 

(이러한 초콜릿 무스 효과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 입니다. )

바스톤 하수처리장에서는 2차 처리까지만 이루어지고, 미생물로 정화한 하수는 근처 하천으로 방출합니다. 나는 선생님이 시킨대로 몸을 숙여 방출된 물의 색을 관찰해보았습니다.

그걸 지켜보던 선생님은 신이 나서 소리쳤습니다. "매우 깨끗하죠? 갈색이 아니죠...? 그럼 이제 하수 수프를 만들어봅시다.!"

 

몇 세기 전만 하더라도 하수도에는 인간의  오줌과 똥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하수도로 흘러들어 갑니다. 프랑스에는 '모든 건 길 위로' 라는 말을 변형한 '모든 건 하수도로' 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 입니다. 

유타 주 하수처리장에는 근무하는 한 재기발랄한 관리자는 정화된 하수를 병에 담은 후 다음과 같은 성분 표시 라벨을 부착하였습니다. 

물, 분변, 화장시, 머리카락, 보푸라기, 폐식용유, 위액, 위장약, 초콜릿, 소변, 바디오일, 각질, 산업용 화학 물질, 암모니아, 흙, 세제, 샤워젤, 면도용 크림, 땀, 침, 소금, 설탕, 인공 색고 및 보존제 무첨가. 

휴일 일수나 제조법, 침투 또는 유입 방식, 하수도 교차 유입 여부 등에 따라서 맛과 색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것들이 하수도에 버려지는지 하수 수프를 만들어서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하였습니다.

여태껏 수없이 하수도 수업을 진행해왔을 바스톤 하수도 학교 선생님의 메시지도 같았습니다. 매번 그는 같은 반응을 마주합니다. 혐오감, 재미, 운이 좋다면 깨달음. 

하수 수프의 성분은 그날 사람들이 싱크대, 변기, 하수구, 배수구에 버린 온갖 물질과 물입니다. 

선생님은 수프에 어떤 것이 들어갔을지 물어본 다음 학생들이 대답한 대로 하나씩 첨가해 나갔습니다.

샴푸, 비누, 치야, 가루 세제, 쌀, 소금 등. 소변은 라임 주스가 대신하였습니다. 대변 역할은 시리얼 비스킷인 위타빅스가 맡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쉬웠습니다. 

다음 순서는 물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깨끗한 식수를 마음껏 쓰고, 오물을 맘껏 버린 뒤에, 그것을 다시 정화하기 위하여 수백만 리터의 물을 사용하는 현대 산업 사회의 하수 처리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는 목적이었습니다.

우리 팀이 정화한 하수는 합격 기준을 통과하였습니다. 선생님은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필터에 걸러진 물질, 즉 슬러지에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대개 하수를 처리하고 남은 오물을 슬러지라고 부릅니다. 미국에서는 이것을 '유해 물질'로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이오솔리드'라는 그럴듯한 말로 부르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이 바이오솔리드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 15여 년간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위대한 조경 건축가 조지프 팩스턴 경은 "하수 처리는 아주 거친 일입니다. 말끔한 방식으로는 이룰 수 없습니다. "

라고 말하였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바이오솔리드 논쟁 (여기서 논쟁이라 함은 완곡한 표현입니다. ) 은 권력의 최상층까지 도달하였습니다. 바이오솔리드는 일부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주었고, 이에 관한 논쟁에는 죽음과 질병에 대한 각종 주장과 소송, 분노가 뒤따랐습니다.

슬러지 처리는 말 그대로 "아주 거친" 사업이 되었습니다.

먼저 나는 바이오솔리드 업계를 대변하는 기관과 접촉하기로 하였습니다. 미국환경보호국과 하수 처리 업계가 함께 결성한 국가바이오솔리드파트너십에 연락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내게 다른 곳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최고 중의 최고를 보여주고 싶었던 그들은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한 작은 시설이 내가 방문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일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자갈길 위로 호화스러운 타운하우스가 줄지어 들어서 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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