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는 문화와 씻는 문화
'동양의 도자기'를 뜻하는 일본어의 줄임말인 '토토'는 세계 3위의 배관 설비 제조업체 입니다. 2006년 연 매출은 42억 달러 였습니다. 직원은 약 2 만명 이고, 일본 화장실 시장의 3분 2를 점유하고 있으며, 일본에만 일곱 개의 공장이 있고 16개국에 지사가 진출해 있습니다.
워슈레또는 일본어에는 새로운 단어를, 일본인들에게는 새로운 화장실 문화를 선사하였습니다. 위시렛은 하나의 현상이 되었습니다.
나는 도쿄에 있는 토토기술센터를 방문해보았습니다. 네온사인도, 외국인도 보이지를 않고 작은 철물점들만 있는 아주 평범한 지극히 보통인 교외 주택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매끈하고 심플한 저층 건물이었습니다.
토토기술센터는 '건축가나 인테리어 종사자가 아이디어를 얻으러 오는 곳'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먼지 하나 없는 거대한 전시실에는 건축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다만 견본 화장실은 멀리서도 반짝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의 기간 시설이 파괴된 후 도시 계획 전문가들은 하수도와 연결된 우수한 주택을 설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사실 하수도는 일본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오사카 하수도과학관의 전시실에는 약 400년 전 오사카 성에 하수도를 만든 히데요시 장군의 모형 옆에 중산모를 쓴 스코틀랜드인 윌리엄 바턴이 서 있습니다.
(바턴의 모형이 내는 목소리는 영화 <스타트렉>을 보고 스코틀랜드 억양을 배운 미국인의 목소리였습니다. )
바턴은 도쿄대학교 기술학부에 근무를 하면서 일본에 처음으로 하수시설을 소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일본에서 하수도를 제대로 갖춘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들은 고국에서 사용하던 수세식 변기를 점령국에서도 사용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이후 토토의 변기는 40년간 판매가 증가하였고, 1977년에는 쪼그려 앉아서 용변을 보는 일본인 보다 앉아서 일을 보는 일본인이 더 많아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화적 변화에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본 작가 무레 요코는 화장실 문화에 관한 수필집 <토이레데 훗> ('훗'은 화장실을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발견을 하였을 때 크게 안도하면서 내는 감탄사입니다. )에서 "일본인들이 어쩌다가 서양식 변기를 사용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썼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습니다.
"서양식은 의자에 앉는 것과 같았습니다. 나는 서양식 변기에 익숙해진 나머지 수업을 듣거나 식사를 할 때에 의자에 앉으면 저절로 볼일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
새롭게 등장하는 도자기로 만들어진 흰색의 앉아서 싸는 변기는 다른 단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매서운 겨울날, 밖으로 나가 변소에 가는 일은 결코 기분이 좋은 경험이 아니지만 그래도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본다면 맨살이 차가운 물체에 닿을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좌식 변기로 상황이 바뀌면서 1년 중 수개월은 얼음장 같은 도기에 살이 닿아야 하였고, 오늘날까지도 중앙난방 시스템을 거의 갖추지 않은 일본의 주택에서는 변기 시트가 더더욱 차가웠습니다.
사람들은 궁여지택으로 양말을 끼워 넣었지만, 말굽 형태의 시트가 점점 사라지고 원형시트가 대중화되면서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토토는 이 문제를 개선할 혁신적인 설계를 발견하였습니다. 1964년에 '워시 에어 시트'라는 제품이 일본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 입니다
아메리칸 비데 컴퍼니가 제작한 분리형 변기 시트에는 노즐이 달려 있어서 따뜻한 물로 밑을 씻은 뒤 뜨거운 바람으로 말릴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이 워시 에어 시트는 화장지를 이용하기 어렵거나 엉덩이에 손이 닿지 않는 환자를 위하여 개발된 제품이었습니다. 토토는 이 틈새 제품으로 대중화를 모색하였습니다.
하지만 토토 버전의 워시 에어 시트는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너무 가격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비데 기능 역시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가격도 높고 전기료도 많이 들어갔습니다. 일본의 화장실 역사와 사람들의 습관 모두, 비데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은 비데를 사용하는 대중 화장실도 큰 건물에는 많이 있습니다.
먼저 비데에 관하여 살펴봅시다. 화장실의 종류를 기준으로 이 세상의 문화는 수세식 문화와 비수세식 문화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밑을 닦는 기준으로는 종이 문화와 물 문화로 나뉘어집니다. 운전 습관이 그렇듯 각 문화가 보유한 화장실 습관은 좀처럼 잘 변하지는 않습니다.
물 문화인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로따'라는 물그릇이 없으면 대변을 보기 위하여 화장실에 갈 수가 없습니다.
알렉산더 키라에 따르면, 19세기 힌두교도들은 유럽인들이 종이로 밑을 닦는다는 사실을 '악의적인 모략'으로까지 여기면서 믿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의 화장실 문화는 철저히 종이와 막대의 문화였습니다. 다시 말하면, 씻는 문화가 아니라 닦는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엄격한 목욕 의식을 갖출 만큼 청결을 중요시하였으며 위생과 단정함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였습니다.
몸을 정갈하고 깨끗하게 하는 것은 일본 토속 신앙인 신토의 네 가지 신조 중 하나입니다.
서양인과 다르게 일본인은 몸을 먼저 씻지 않고 욕탕에 들어가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합니다.
삼나무로 만들어진 탕에 몸을 담그는 전통적인 목욕 의식은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미 정결하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 같은 청결 규범은 집 밖 변소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은 다른 종이 문화권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밑을 물로 씻지 않았습니다.
위생학적으로 볼 때, 종이로 항문을 닦는 것은 몸을 마른 수건으로 문지른 다음에 깨끗이 씻었다고 믿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 세기 전에 이미 이슬람 학자들은 종이로는 무슬림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청결 규범을 지킬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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