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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느끼지 못한 천재 엘리엇의 비극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감정과 판단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 획기적인 사건이 여럿 있었는데 그 가운데 엘리엇이라는 남자도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뇌 연구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엘리엇은 종양 때문에 전두엽이 손상되었습니다. 

그는 똑똑하고 지식이 많고 사교성이 뛰어났습니다. 또한 매력적일 정도로 특이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뇌수술을 받은 뒤로부터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무시하고는 사소한 데 빠져서 일을 망쳐버리곤 하였습니다.

책상 정리를 시작하였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무엇을 하려고 하였는지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자리를 잡고 앉아서 치우려고 하였던 서류를 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일의 체계를 잡을지 알아내려고 애쓰면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곤 하였습니다.

엘리엇
엘리엇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결정하려고 몇 시간을 보내지만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투자할 때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러서 전재산을 날리기도 하였습니다.

아내와 이혼을 하고는 가족이 반대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였고, 결혼한 뒤에 금방 다시 이혼하였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합리적인 선택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엘리엇은 신경학을 전공한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를 찾아갔는데, 이 학자는 엘리엇을 상대로 일련의 테스트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 엘리엇의 지능지수가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 숫자와 기하학적 그림에 대한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으며,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과를 추정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다마지오는 여러 시간에 걸쳐 엘리엇과 대화를 나누고 나서, 엘리엇이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다마지오는 엘리엇의 인생에 덮친 비극, 본인은 조금도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그 비극에 대해서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마지오는 앨리엇에게 지진, 화재, 교통사고 등 끔찍한 사건 현장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엘리엇은 이런 끔찍한 광경에 자기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이미 논리적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마지오는 엘리엇의 감정 기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의사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추가로 또 다른 테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실험 결과 엘리엇은 의사결정을 할 때 선택사항을 상상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간단히 말해 복잡한 일련의 가능성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엘리엇이 할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각 선택 사항에 점수를 매기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다마지오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습니다. "그의 의사결정 지평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평면적이고 단조롭습니다."

다마지오가 수행한 또 다른 실험에서도 주인공은 살풍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뇌수술을 받는 바람에 감정 기능을 상실한 중년 남자가 다마지오와 만나서 면담을 하였습니다. 면담이 끝난 뒤 다마지오는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정하려고 두 날짜를 제시하면서 언제가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남자는 메모장을 꺼내들고는 두 날짜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적기 시작하였습니다. 적어도 30분 이상 날씨며 교통 상황 등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문제를 놓고 씨름을 하였습니다.

다마지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였습니다.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치고 싶었습니다. 당장 그 바보 같은 짓을 그만두라고 고함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기가 아주 힘들었습니다."

다마지오와 연구자들은 묵묵히 남자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다마지오가 남자의 판단 과정에 끼어들어 날짜를 지정해주며 그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였습니다. 

"예, 그날이 좋겠네요"

"이 남자의 행동은 순수 이상의 한계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다마지오의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 : 감정과 이성, 그리고 인간의 뇌>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사람에게 감정이 결여 되었을 때 얼마나 자기파괴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감정이 결핍된 사람이 깔끔하게 계획되고 논리적인 삶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이들은 결국 어리석은 삶을 살게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 반사회적 성격이상자가 되어 끔찍한 일을 저지르거나 목격할 때도 마음의 평정을 유지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 입니다.

이런 사례를 경험한 뒤에 다마지오는 인간이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에 관해 이른바 '체감각 표지 가설'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이론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이론은 지금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뇌와 신체가 얼마나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두고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다마지오가 제시한 가설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감정은 어떤 것에 내포된 가치를 평가하며,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인도해서 고통을 피해 성취와 충족으로 이르는 길로 안내합니다. 

 

"체감각 표지는 우리를 위해 직접 고민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 사항들을 (그것이 위험한 것이든 혹은 적절한 것이든 간에) 환하게 비추고 잠재의식에서 빠르게 제거해 숙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은 자동적인 예측 체계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신 앞에 놓인 미래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평가하는 활동을 합니다. 이 활동은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신이 평가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이 없습니다. "

 

거리에 나서면 수백 만개의 자극이 '폭격'을 해댑니다. 온갖 소음과 내맷, 움직임, 정신없이 소란스러운 혼란 속에서도 뇌와 신체 각 부분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감성정보체계'를 구성합니다. 내비게이션에 장착한 GPS와 마찬가지로 EPS는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과거의 기억 속에 저장된 방대한 자료와 대조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현재 가고 있는 길이 좋은 결과를 낳을지 아니면 나쁜 결과를 낳을지 판단을 내립니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나 환경을 어떤 감정(예를 들면 공포, 흥분, 존경, 반감)으로 덧씌우며 당신에게 반응을 보이라고 제시합니다. 웃어라, 웃지 마라. 다가가라, 피해라 등등. 우리는 EPS의 도움을 받아서 나날의 일상을 '항해' 합니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식당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이 손을 뻗어서 당신의 무릎이나 손을 건드린다고 합시다. 그 순간 마음은 과거에 있었던 이와 비슷한 기억을 검색합니다. 거기에는 어쩌면 험프리 보거트가 잉그리드 버그먼의 손을 잡는 영화 <카사블랑카>의 한 장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먼 옛날 고등학교 시절에 하였던 데이트이 기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 당신이 유치원생이었던 시절에 엄마가 당신의 손을 잡고 맥도널드 매장에 데리고 들어가던 기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은 이런 기억들을 분류하고 암호화 합니다. 신체가 반응을 합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집니다. 아드레날린이 분출합니다.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여행 도중에 특이한 가구가 즐비한 가구점에  들어갈 때마다 롭이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부부 사이의 만족도는 보통 함께 사는 세월과 시간이 오래오래 지속이 되면서 U자 곡선을 그리며 변화가 됩니다. 신혼부부는 처음 몇 년 동안은 미칠 듯이 행복합니다. 그러나 자아도취적인 만족은 어느 시점에선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자식이 청소년이 되면 바닥에 떨어집니다. 그랬다가 은퇴기를 맞으면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립니다. 아직 신혼인 롭과 줄리아는 행복해서 미칠 정도였고 서로 없으면 못 살았습니다. 그리고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부부관계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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