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선생님
해럴드는 영어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사실 해럴드는 영어 교사를 깊이 사랑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해럴드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 교사는 이상형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테일러 선생님은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 질색이었습니다. 십대 시절에 그녀는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가 같은 여학생이었습니다. 테일러 선생은 예술적으로 민감한 집단에 속하게 되었고, 운동과 관련된 단호함과는 담을 쌓았습니다. 그녀는 멀리 떨어져서 관찰하는 진영에 속하였고, 아무 생각 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진영과는 반대편에 섰습니다. 보편적이고 인기 있는 쪽이 정서적인 쪽에 선 것입니다.
그녀는 성인이 된 직후 앨라니스 모리셋, 쥬얼, 사라 맥라란 같은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는 가수에 심취하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서 학교 무도회나 결혼식, 졸업생들을 위한 떠들썩한 행사에서도 얼마든지 우울한 얼굴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물로 기억하였습니다.
그녀는 풋내기 성인들이 흐드러지게 벌이는 술판 따위는 당연히 거들떠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를 그런 자리에 부르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다른 졸업생의 앨범에 당혹스러울 정도로 감상적인 글을 썼으며, 그녀 또래가 들어본 적도 없는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와 헤르만 헤세에게서 길을 찾았습니다. 말하자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하였습니다. 대학교에서 처음 담배를 피웠고, 흡연을 통하여 그녀는 차가운 냉소주의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
또 교육 봉사단체에 가입하여 몇 년 동안 활동하였습니다. 그 시기에 그녀는 진정으로 불행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았습니다. 그 바람에 아무리 울고 싶어도 자신의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냉담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해럴드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십대 후반이었고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그녀는 페이스트와 야엘 나임, 록밴드 아케이드 파이어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데이브 에거스와 조나선 프란첸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손 소독제와 다이어트 콜라에 중독이 되었고, 머리를 너무 길게 길러서 자연스럽게 내버려둔 탓에 클라이언트를 만나 상담을 하거나 법률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스카프를 무척이나 사랑하였고 글자는 보통 크기로 썼습니다.
그녀는 사무실 책상 주변의 사방 벽을 모두 교훈적인 격언으로 장식하였습니다. 심지어 자기 집 책상 위도 격언으로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격언은 대부분 영국의 학자이자 교육자였던 리처드 리빙스턴의 저서에서 인용하였는데,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도덕적인 실패를 놓고 사람들은 흔히 허약성 개성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이상 때문일 때가 더 많습니다"
어쩌면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정상적인 사람으로 일생을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어떠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몇 년 동안 분리된 평화, 호밀밭의 파수꾼, 생쥐와 인간, 시련, 칼라퍼플, 주홍 글씨, 앵무새 죽이기를 읽는 것과 이러한 책을 하루에도 몇 시간씩, 날이면 날마다, 또 해마다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누구든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소설이 그녀의 정신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습니다. 그녀는 곧 중매인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영혼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이 본질적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학생들 각각의 인생은 독특하게 바꾸어줄 문학작품을 소개시켜주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 것 입니다.
그녀는 복도를 걸어가다가 어떤 학생을 세워놓고는 책을 한 권 건네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곤 하였습니다.
"너는 혼자가 절대 아니야"
이렇게 책을 받은 학생들 가운데 자기가 혼자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테일러 선생은 어쩌면 자기 삶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지나치게 일반화한 나머지 모든 치어리더, 모든 록밴드 구성원, 모든 장학생 뒤에 놓인 삶은 절망적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구원의 의미로 아이들에게 책을 건넸습니다. 그녀는 독서란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서 "느낄 줄 아는 사람들" 과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길이라고 여겼습니다. "이 책이 나를 구원해주었어." 그녀는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 한 명 한 명 에게 속삭이듯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고등학생 필독서로 구원받은 사람들의 예배당으로 초대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어두운 시기가 찾아와도 혹은 고통을 참을 수 없을 때조차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그 길을 함께 걸어가줄 것이라고 잊지 않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그녀는 기뻐하였습니다. 눈은 촉촉하게 젖었고, 가슴에는 깊은 울림이 일었습니다. 달콤한 감상에 푹 젖어있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하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훌륭한 교사였습니다. 그녀의 정서적인 갈구는 십대 학생들에게 다가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 일에는 섬세함이나 과묵함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 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 그녀의 감상적인 성정 덕분에 그녀는 학교에서 슈퍼스타였습니다.
추천글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19 이후 교육의 변화는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 (0) | 2023.01.16 |
---|---|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미래의 유망 직업은 무엇일까? (0) | 2023.01.15 |
재빠른 사회적 지각 (0) | 2022.12.01 |
낯선 상황 검사가 남긴 교훈 (0) | 2022.11.30 |
훌륭한 부모의 역할 (0) | 2022.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