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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른보다 상상력이 뛰어난 이유

엄마가 짓는 미소를 볼 때마다 특정한 시냅스 점화의 모형이 해럴드의 뇌 속에 나타납니다. 무섭게 질주하는 트럭이 내는 소리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해럴드는 아장아장 걸으며 주변 세상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정신을 만들어나갔습니다.

해럴드가 다섯 살이던 어느 날, 집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놀라운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호랑이다' 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엄마 무릎으로 달려드는 장난을 친 것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쉽고 단순한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은 5042를 구하는 일의 제곱근입니다. 5042의 제곱근은 얼만인가요? 이 정도는 되어야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견지에서 보자면, '나는 호랑이다' 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한 착각입니다. 아무리 싸구려 전자계산기라도 제곱근은 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호랑이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기계는 절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상상의 구조물입니다. 

단순한 기계는 '나'라는 어린 아이와 '호랑이'라는 무시무시한 동물을 하나로 묶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이처럼 복잡한 과업을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쉽게 해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제대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해럴드는 이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상을 일반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여러 일반화 사이에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능력, 즉 어떤 것의 핵심을 다른 것의 핵심에 덧씌우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똑똑한 컴퓨터에게 방에 있는 문을 찾으라고 명령하면, 컴퓨터는 방에 있는 모든 각도를 계산한 다음에, 기억 장치 속에 저장된 문이 가지고 있는 형태와 비율과 일치하는 특정한 형태와 비율을 찾을 것 입니다.

그런데 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찾아야 하는 문이 어떤 문인지 파악하는 데 무척 애를 먹을 것 입니다. 그러나 해럴드가 이 명령을 이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입니다.

우리는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 어렴풋한 형상을 머리에 저장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방 어디쯤 문이 달려 있는지 압니다. 이러한 과정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진행될만큼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사람은 퍼지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다양한 모형을 바라본 다음에 핵심을 찾아냅니다. (이 핵심은 신경 점화의 한 모형입니다. ) 일단 핵심을 찾아낸 뒤에는 이것을 가지고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불독
불독

우리는 개의 핵심을 포착한 다음,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윈스턴 처칠의 핵심을 떠올리고는, 윈스턴 처칠의 목소리가 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만일 그 개가 불독이고, 신경 모형 사이에 불독의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이 이미 존재한다면, '이것은 불독과 같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뜻입니다. )

 

이처럼 복수의 신경 모형을 혼합하는 행위를 상상이라고 부릅니다. 상상은 언뜻 보기에는 쉽지만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합니다.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마음 속에서 하나로 혼합한 다음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제3의 사물을 창조하는 행위가 바로 상상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질 포코니에와 마크 터너는 공저인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통합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공간을 설정하고, 이 공간들을 동시에 아우르며, 공유되는 구조를 설정하고, 혼합체에 선택적으로 상상을 가미하며, 상상으로 형성된 혼합체를 다시 또 상상으로써 바라보며, 새로운 구조를 혼합체체에 추가하고, 그 혼합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는 것 입니다 ."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복잡한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독자는,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정확한 추이 및 인과관계를 규명하려고 애쓰는 학자들의 저술을 읽기 바랍니다.

이 학자들은 이 분야에 '이중 영역 통합'이라는 유쾌한 이름을 붙였습니다.

어쨌거나 해럴드는 아직 어리지만 그 방면에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5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호랑이도 될 수 있고, 기차도 될 수 있고, 자동차도 될 수 있고, 엄마가 될 수 있고, 건물이 될 수 있고, 개미도 될 수 있었습니다.

네 살 무렵에는 일곱 달 동안이나 자기는 태양에서 태어난 태양의 피조물이라고 믿었습니다.

롭과 줄리아는 지구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지구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려고 애썼지만, 해럴드는 태양의 피조물이라는 생각을 버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롭과 줄리아는 해럴드가 망상적인 정신병자가 아닐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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