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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은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자기와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집니다. 미국의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저서 <사랑에 관한 새로운 심리학>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대부분 인종이 같고 사회적, 종교적, 경제적, 교육적 배경이 동일한 사람과 사랑에 빠집니다. 신체적인 매력이 비슷하고 지적 수준이 비슷하며 태도와 기대, 가치관, 관심사 등이 비슷한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사교 및 의사소통 기술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사랑을 나눕니다. " 

몸짓
몸짓

심지어 사람들은 자기와 미간 거리가 비슷하고 코의 폭이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주변에서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는 사람을 인생의 동반자로 무의식적으로 선택을 합니다. 1950년대에 어떤 학자는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콜럼버스 시에서 결혼허가증을 신청한 커플 중에서 55 퍼센트가 처음 사귀기로 하였을 때 16개 구역 범위 안에서 함께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38퍼센트는 5개 구역 범위 안에서 함께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대학교에서도 기숙사에서 같은 복도를 쓰거나 고향이 같을 경우 커플로 맺어지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친숙함에서 신뢰가 생기기 때문 입니다. 

롭과 줄리아는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곧바로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 다 자기 방 벽에 대도시의 고독을 사실적으로 그린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아트포스터를 붙여두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시간대에 같은 스키 리조트에 있었고, 정치적인 견해도 비슷했습니다. 두 사람 다 영화 <로마의 휴일>을 무척이나 좋아하였으며, <브렉퍼스트 클럽>의 등장인물에 대한 생각도 같았습니다.

동반자
동반자

그리고 몬드리안의 그림이 얼마나 소중한지 떠드는 행위는 지적인 교양을 드러내는 표시가 될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같았습니다.

더 나아가 두 사람은 햄버거나 아이스티와 같이 매우 단조로운 것에 대한 정교한 심미안을 사랑한다는 점도 같았습니다. 또한 중고등학교 시설에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과장되게 자랑하는 점도 같았습니다.

 

두 사람은 알고 보니 같은 술집에서 죽치고 앉아 시간을 보냈고, 록밴드 공연을 같은 공간에서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때는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조각그림을 맞추는 놀이처럼 흥미진진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사는 삶이 다른 사람들과의 삶과 매우 다르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동일한 경험은 마치 기적처럼 보입니다. 동일한 경험을 하였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관계에 운명이라는 화려한 꽃가루를 뿌려줍니다.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와 지적으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프리 밀러가 연애에서 썼듯이 사람들은 자기와 지성이 비슷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성을 측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지능지수가 80인 사람은 '옷감', '거대한', '비밀' 따위의 어휘는 알겠지만 '창궐', '상쇄', '침잠'은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무의식적으로 탐색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구사하는 어휘 수준에 맞추어서 말을 합니다.

롭과 줄리아가 앉은 자리에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고, 두 사람은 음료도 마시면서 점심 식사를 주문하였습니다.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그 아래 차원에서 발생합니다. 롭은 레드와인을 좋아하고 화이트와인을 싫어하지만, 줄리아가 레드와인을 주문하는 바람에 상대방과 다르게 보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화이트와인을 주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식 자체는 끔찍할 정도였지만 식사 자리는 썩 훌륭하였니다. 롭은 그 식당에 와본 적이 없었습니다. 롭과 줄리아가 만나도록 주선해준 친구가 그 식당이 좋겠다고 추천을 하였습니다. 

자기 의견에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샐러드를 포크로 집어 먹기가 어려운 부류의 식당이었습니다. 

줄리아는 이 점을 간파하고는 포크질을 까다롭게 하지 않아도 되는 애피타이저를 주문하였고, 메인 요리도 칼질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주문하였습니다.

그러나 롭은 샐러드를 주문하였습니다. 일단 여러 메뉴 가운데 발성할 때 소리가 가장 좋게 들리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초록색 잎채소가 옆으로 너무 크게 벌어져 있어서, 입 안에 넣으려면 입가에 소스를 흠뻑 묻혀야만 했습니다. 

롭은 메인 요리로 1990년대 분위기를 풍기는 크고 양이 많은 요리를 선택하였습니다.

스테이크-버거
스테이크-버거

양파와 감자를 우겨넣은 3단짜리 스테이크 버거였습니다.

이것을 한 입 베어 문다는 것은 러시모어산의 단면을 잘라서 지층을 노출시키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롭과 줄리아는 이미 서로에게 반한 뒤였기 때문입니다. 메인 요리를 먹으면서 줄리아는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하고, 언젠가 창업하고자 하는 광고회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 광고회사는 입소문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을 활용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광고회사
광고회사

줄리아는 인생을 살면서 해결해야 할 임무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롭 쪽으로 몸을 기울였습니다. 그녀는 수시로 물을 홀짝홀짝 마시고 얼룩다람쥐처럼 빠르게 음식을 씹으면서 계속 말을 하였습니다.

그녀의 에너지는 대단하였고 또 전염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진지하게 열중하였습니다. "진짜 굉장할 거에요. ! 모든 것을 바꿔버릴 꺼에요"

 

감정 전달의 91퍼센트는 비언어가 담당을 합니다. 몸짓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감정을 조직하는 무의시적인 언어입니다. 몸짓을 하면서 내적인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롭과 줄리아는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면서 상체를 굽혀서 서로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고 표시나지 않게 서로를 훔쳐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남자와 여자가 마주앉아서 새롱거릴 때 무의식적으로 즐겁게 구사하는 모든 기법을 동원하였습니다. 

줄리아는 여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낼 때 흔히 하듯 고개를 약간 옆으로 기울여 목을 노출시켰습니다. 만일 줄리아가 이 순간에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 입니다. 거칠기로 소문난 자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웬 마릴린 먼로가 앉아서 머리카락을 요염하게 홱홱 젖히기도 하고 가슴을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줄리아는 자기가 롭과 대화하는 것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아직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식당 종업원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사랑에 들뜬 온기를 간파하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첫 데이트를 하는 남자는 누구보다 팁을 후하게 주기 때문입니다. 함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 사람 다 며칠 뒤에야 깨닫습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뒤 줄리아는 첫 만남에 관해 사소한 것까지 죄다 기억합니다. 남편이 그날 식탁 위 바구니에 담긴 빵을 모두 먹어치웠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말은 친숙함을 만들어내는 원료입니다. 다른 동물은 끝없이 변주되는 춤으로 쟁취하지만, 사람은 대화를 사용합니다. 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대부분 더 큰 저항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롭과 줄리아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계산이 무의식적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계산 결과, 두 사람 다 상대방이 자기 짝이라는 답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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