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화장실을 둘러싼 논란

생태 화장실을 둘러싼 논란

중국 농촌 지역인 산시성의 먼지 나는 길을 몇 시간 동안 달리다 보면 간쾅팡이라는 마을이 나옵니다. 도로가 하나뿐인 간쾅팡의 집들은 하나같이 문이 거대합니다. 

집주인을 만나려면 대문을 열고 넓게 뻗어 있는 안마당을 지나 깊숙이 들어가야 합니다. 국제 개발원조 기구인 플랜은 간쾅팡을 생태 위생 시범마을로 선정하였습니다. 플랜의 고문은 내게 위생 프로젝트가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대로 진행은 되어가고 있는지라도 알아보겠냐며 마을 주민 대표를 만나도록 해주었습니다.

주민 대표의 커다란 집에 들어가니 가장 큰 방 한구석에 비료 포대가 쌓여 있었습니다. 폭발물을 만드는 데 악용될 수 있어서 서구에서는 오래전에 판매를 금지한 제품이었습니다. 

주민 대표는 외출 중이었고, 그의 부인은 작고 납작한 빵을 굽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서 까맣게 탄 화로에 지푸라기를 계속해서 넣고 있는 며느리의 페는 화로색과 비슷할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그 며느리는 낮잠을 자는 대학생 손님들을 깨우기 위하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공부한다는 여학생 세 명이 여름방학 동안 플랜의 '생태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마을 대표의 집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세 명 중 두 명은 자신의 영어 이름이 제시와 씨씨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중국 젊은이는 대부분 영어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 사랑스러운 외모의 그들은 강단이 있어 보였습니다.

평생 밭에서 볼일을 해결해온 농부에게 집 안에 화장실을 짓도록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곳 농민들은 집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을 아주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 라고 제시가 말하였습니다.

변기

타일을 깐 바닥 위에 설치한 변기는 농부들에게 생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플랜의 생태 화장실은 분뇨 저장 용기가 두 개로 나뉘어 있어서 소변과 대변을 따로 모읍니다. 변기 안에 칸막이가 있어서 소변은 소변 저장 용기로, 대변은 대변 저장 용기로 들어갑니다. 물기가 없는 대변은 비료로 만들기가 수월합니다. 소변 칸에는 탁구공을 넣어둠녀 냄새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용이 적게 들고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원조 전문가들은 이곳에 적합한 '적정 기술'로 분류하였습니다.

물을 이용한 하수 처리 방식에 있어  소변 분리는 매우 합리적입니다. 소변은 하수 유량의 5퍼센트에 불과하지만, 하수처리장에서 제거해야 하는 질소의 80퍼센트와 인의 45퍼센트가 소변에서 나옵니다. 처음부터 소변을 분리하면 이후 하수 처리 공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변 분리 변기는 일반 변기보다 물을 80퍼센트 덜 씁니다. 

 

주민 대표의 집에서 화장실은 부엌 바로 앞에 있었습니다. 이 집이 마을에서 가장 먼저 화장실을 실내에 들인 까닭은 집주인이 공산당 서기였기 때문입니다. 제시와 씨씨는 차를 다 마신 후 다른 곳도 둘러보자며 일어났습니다. 둘은 집 밖으로 나가더니 내게 저길 보라며 위쪽을 가리켰습니다. 

생태화장실

생태 화장실이 있는 집들의 지붕 위로 굴뚝처럼 솟은 환기 파이프가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직 위생 화장실을 짓지 않은 농부들의 집은 집주인이 부끄러워할 수 있다며 보여주기를 꺼렸습니다.

그대신 우리는 어느 교사 부부의 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우자오시안과 장민슈는 초등학교 교사였습니다. 남편 장민슈는 키가 크고 마른 반면에 아내 우자오시안은 작고 통통한 체격이었습니다. 우자오시안의 웃는 모습이 무척 보기에 좋았습니다. 

 

부부가 향긋한 차를 우려내고 있는 주방은 플랜이 맨 처음에 화장실을 설치하라고 권한 곳이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곳 근처에 화장실이라니, 부부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결국 주방과 충분히 멀리 떨어진 마당 쪽에 화장실을 지었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화장실에서 냄새가 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집 안 어디에 있어도 괜찮았을 것 입니다. " 한 시간 동안 차를 넉 잔이나 마신 나는 화장실을 써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문 대신 커튼을 달아놓은 (샤워할 때만 커튼을 친다고 하였습니다. ) 작은 공간은 청결하고 편리하였습니다. 

거름

장민슈는 그 '첨단 화장실'의 원리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아주 과학적입니다. 고체를 담는 통은 두 개 입니다. 매년 한 개씩만 비우면 됩니다. 하나의 통이 다 차면 두 개의 위치를 바꿉니다. " 다찬 통의 내용물은 병균이 없는 안전한 거름이 되어 논밭에 뿌려집니다. 빈 통의 위치를 바꿔 다시 1년 동안 안심하고 사용합니다. 

 

이런식으로만 제대로 사용하면 생태 화장실은 오물을 안전하고 유용한 거름으로 바꾸어줍니다. 이렇게만 사용할 수 있다면 생태 화장실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화장실인 것 입니다. 하수를 강과 바다로 흘려 보내 물을 오염시키고 땅을 황폐화하는 하수도와 하수처리장 대신에, 이같은 환경 친화적인 생태화장실은 그간 잃어버렸던 영양소의 순환 고리를 다시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 생태 화장실을 찬성할 여러 근거는 모두 타당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생태 화장실 분야에 있어서 선두 주자인 독일과 스웨덴의 활동가가 전문가 들은 종종 '생태 마피아'로 불립니다. 한 위생 전문가는 생태 화장실을 추종하는 그들을 두고 "위생 분야는 한심하게도 유행을 좇죠. 난데없이 생태 화장실을 답이라고 들고 나와서는 내게 뭐가 불만이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화장실은 영양소의 순환 고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위생 습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 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물을 이용한 하수 처리 시스템을 개발도상국들에 지원하고 있는 세계은행의 위생 고문 피트 콜스키 역시 생태 화장실을 시기상조로 여깁니다. "식량 확보를 위한 영양소 순환의 측면에서는 생태 화장실이 분명 바람직합니다.

세계은행-우먼-여성은행원

문제는 그 방법만 따르면 공중보건이 뒷전이 된다는 것 입니다. 게다가 단순한 시멘트 발판과 구덩이로 이루어진 50달러짜리 화장실을 짓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마당에, 무슨 수로 그 많은 사람에게 300달러짜리 생태 화장실을 짓게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노르웨이의 한 생태 마피아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페테르 옌센 노르웨이생명과학대학교 농업과 교수는 자타공인 생태 화장실의 옹호자 입니다. 

난 생태화장실을 둘러싼 논쟁이 왜 이토록 격렬한지 물었습니다. 생태 화장실의 팬들은 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적대시할까요?

"생태 화장실 옹호론자들이 가끔 종료 집단 같은 측면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 그가 비유한 종교 집단이란 극단적인 근본주의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은 무조건 대안은 생태 화장실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당연히 반발심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초기의 생태 화장실 시스템에는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도 그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

 

생태 화장실을 잘못 사용하면 비료화나 건조화 과정을 거쳐도 분변에 병원균이 남습니다. 기생충 알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사용자의 오랜 습관을 바꾸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례로, 생태 화장실에서는 남자 또한 앉아서 소변을 봐야만 합니다. 물론 간쾅팡에서 만난 장민슈는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전혀 대수롭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하였습니다. "저는 화장실이 어떤 형태든 상관없습니다. 밥 먹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밀을 주식으로 먹지만, 중국 남부에서는 쌀을 먹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먹지 않으면 굶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

페테르 옌센 교수는 이제 설계 기술뿐만 아니라 습관을 변화시켜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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