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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운동가들이 살아가는 법

슈가메트누누 2022. 11. 15. 10:57

위생운동가들이 살아가는 법

잭과 질이 언덕에 올라갔습니다. 물을 마시려고 합니다. 물을 마셨습니다. 잭은 콜레라에 걸려서 죽고 질은 아메바성 이질로 죽었습니다. 

 

 까만 머리이 화장실맨

2층 카페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체구가 작은 까만 머리의 남자가 10여 명의 기자들에게 무언가를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뒤쪽 부스 안에 변기가 놓여 있다는 점을 빼고는 여느 박람회장의 풍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아슬아슬한 옷을 입은 여성 모델들이 소변기와 세면대 위를 온몸으로 감쌌고, 부스 사이로는 화려한 스카프를 두른 러시아 노부인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갔습니다.

위생운동가
위생운동가

나는 모스크바 크렘린 궁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마네지 컨퍼런스 홀에 와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열린 세계화장실기구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잭 심이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여느 때 처럼 엄중한 사실들을 유머를 섞어가면서 참석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습니다.

전 세계 인구 중 3분의 2가 열악한 위생 시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10억이 넘는 사람이 매일 더러운 물을 식용으로 마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지금껏 업로딩(그는 음식을 우리 몸에 집어 넣는 일을 '업로딩'이라고 부릅니다.)에 대해서 그토록 수많은 이야기를 해왔다면 이제는 다운로딩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합니다. 

기자들은 그의 말을 메모하거나 녹음하였고, 다음 날 결과는 예상대로 였습니다. 언론에 실린 내용은 대부분 유치하고 진부한 말장난이 전부였습니다.

'화장실 애호가들의 모임' '분뇨 대회' '냄새 박람회' 등의 표현들과 함께 였습니다. 한 신문 사설은 공중화장실을 개선하려는 노력만큼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세계화장실 기구인 WTO는 같은 이니셜을 쓰는 더 큰 WTO가 제네바에 있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면서 조롱하였습니다.

WTO는 당연하게도 또 다른 WTO 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잭 심은 의도적으로 WTO를 약자로 선택하였습니다.

어떠한 종류의 관심이든지 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약간의 주목이라도 받을 수 있는 날은 11월 19일 '세계 화장실의 날' 혹은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 화장실 기구 박람회 때뿐입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합니다. 세상이 위생에 대하여 제대로 아니면 조금이라도 이야기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떻나 무기라도 사용할 작정입니다.

"사람들은 화장실 농담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농담을 나눕니다. 그러나 농담이 끝나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듣고 난 뒤에는 행동을 하게 합니다. "

행동은  꼭 필요합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안전하고 청결한 분뇨 처리 수단을 개발도상국들에 제공하는 데 수십억 달러의 돈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 뒤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위생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였으며, 원조 기구의 프로젝트들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 세계 곳곳에 위생 개선을 위한 도움이 절실하였을 때 잭 심은 자신의 손을 보태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는 잭 심을 보면 요정이 떠오릅니다. 아담한 키 때문일 수 있도 있고, 힘없이 내려온 까맣고 윤기 나는 앞머리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바닥나지 않는 그의 에너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침 8시, 모스크바 교외를 달리는 버스안에서 그는 온몸으로 열정을 발산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세계화장실기구 대표단은 러시아화장실 박물관(실제로는 간이 화장실 몇개를 가져다 놓은 곳이었습니다. )을 방문하는 길이 었고, 내가 막 잠이 들려고 하였을 때 잭은 내 옆자리에 풀썩 앉아서 우리가 2일 전에 시작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갔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아닌 나는 녹음기를 작동시키고 뇌는 껐습니다. 그는 내 반응은 잘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이야기에 한껏 취하였습니다.

1997년에 그는 건축 자재를 매매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사업가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좋은 집에서 아내와 네 명의 자녀가 함께 안락한 삶을 만끽하였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섬나라였던 그의 고향 싱가포르는 어느새 화려한 마천루가 가득한 상업 중심지로 변모하였습니다.

길거리에서는 누구라도 껌을 씹을 수 없을만큼 엄격하고 청결한 곳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잭은 신물에서 사회적 품위를 당부하는 총리의 글을 읽었습니다. 총리는 공중화장실의 청결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좋지 못한 습관에 대해서 안좋게 나무랐습니다.

총리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 좋은 습관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 저도 깨끗이 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에 가면 좌변기에 앉을때 쓰는 뚜껑이 대부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좌변기에 올라가서 다시 쪼그랴 앉아서 변을 봐야 합니다. 

잭은 기사를 보고 기분이 잠시 나빴을 뿐이지만, 이후로도 화장실 문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주변을 유심히 관찰하였습니다. 실제로 공중화장실은 형편이 없었습니다.

그즈음 잭의 사업은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할 수 있었고 그것이 화장실에 관한 자료를 읽기 시작하였는지 물었습니다.

"아니요" 그는 단호하게 답하였습니다. "그럴 필요가 있나요?" 이미 현장 경험이 38년이 넘는데.

그가 어릴 때 살았던 가난한 동네에서는 아이들이 벌레가 붙은 채로 뛰어다니곤 하였습니다. 

이후 싱가포르는 발전하고 부유해졌습니다. 공중화장실은 여전히 불결하였습니다. 그는 화장실 문제를 터부시하는 것은 우리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 잭심은 1997년에 싱가포르 화장실 협회를 만들고 난 다음 국제기관 설립도 계획하였습니다.

책이 아닌 전문가들로부터 필요한 내용을 배우기 위하여 15만 달러의 사비를 털어 전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우선 그는 당시까지 이루어진 위생 개선 사업들을 점검하였습니다. 20년 동안 국제 사회는 야심찬 위생 계획을 수없이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성과는 아주 작았습니다.

유엔은 1970년대를 '세계 식수 및 위생을 위한 20개년 계획' 기간으로 지정했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화장실이 없는 빈곤층도 1980년대 말에는 안전한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였고, 20개년 계획은 1990년대 말까지 연장되었다가 이후 '3차 10개년 물계획'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2004년부터 국제 사회는 '모두를 위한 물' 프로젝트에 주력을 다하였습니다. 물과 관련한 여러 중요한 회의가 열렸지만 위생은 언제나 뒷전이거나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습니다.

가장 큰 물 관련 회의인 '세계 물의 주' 컨퍼런스가 2004년에 개최되었을때 위생문제는 개막식 전에 열린 세미나에서만 잠깐 다루었습니다. 

수많은 회의와 각종 10개년 계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세계 인구의 10명 중 4명은 들판이나 길가에서 배변을 하였고 설사를 하는 인구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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